황량(荒涼)하기만 했던 건기(乾期)가 끝나고 무더위가 하늘을 찌르던 오뉴월의 기세는 여전하지만 그래도 본격적인 우기(雨期)가 시작된 요즘, 조금은 숨을 고르면서 프놈펜에서 모처럼 얻은 하루 동안의 휴일을 이렇게 보냅니다.
4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전선은 녹아날 듯하고
거리는 한산하고
멈추는 듯하다가
삽시간에 물이 불어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몇 달 만에 맞는 휴일을 맞아 종일토록 에어컨 밑에서 자고 싶었는데 모처럼 휴일을 방구석에서만 있기도 아쉬워 기운을 내서 숙소 밖 나들이를 시도했습니다. 5분만 걸어도 다리에 힘이 풀리고 흙먼지와 매연이 뒤섞여 숨을 쉬기 어렵고 내리쬐는 햇살이 너무나도 강렬하여 서있기도 힘이 들지만 조그만 그늘에라도 잠시 몸을 가두면 그래도 어지러움은 피할 수 있습니다. 무척 더워도 습도가 적은 나라여서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도 너무나 덥습니다. 더워요, 더워!
주로 애용하는 저렴한 툭툭이를 타려다가
간만에 스릴을 즐겨볼까 싶어 더 저렴한 모토 돕을, 아니 너무 위험해 패스
그래서 무모하지만 이분처럼 걷기로
5분만에 후회는 밀려오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더위에 지쳐 갈증(渴症)이 목을 태워버릴 즈음, 그만 이성을 놓으려고 합니다. 이제 곧 한 사람에서 한마리로 변신하려고 하니, 빨리 마셔야만 합니다. 물을! 물은 생명입니다. 이 나라에 와보면 알 수 있습니다.
캄보디아인들이 즐겨 마시는 거리음료, 설사와 복통의 처참한 며칠을 보낼 자신이 있으면 마셔도 되고…
먼저 얼음 냉수 한잔
아이스 라떼
이 사이즈 가격이 2,000원 정도 한국 커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맛은 비주얼만큼 훌륭하고
30분 정도 무한 에어컨 바람에 정신을 되찾고 무엇을 할까 생각을 하다가 새로 문을 연 캄보디아 최대, 최고의 쇼핑몰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절정을 치닫는 열기에 전진 후퇴를 30분동안 세 차례, 약간의 허기(虛飢)를 채워야 한다는 욕구에 용기를 내서 다시 무더위 속으로 돌진하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툭툭이'를 타고 이온몰로 향하였습니다.
일본 복합쇼핑몰 이온몰
최근 한국건설업체가 $1억2천만에 2호점 공사를 수주했다는 좋은(?) 소식이
우선 배가 고파 급한 대로 도미빵 가게, 다이야끼로 가서 도미빵 아즈키로 허기를 채웠습니다. 일본 도미빵은 싱가폴에서 본 적은 있지만 캄보디아에서 처음 먹었는데, 크기도 크고 팥소는 가득, 정말 맛이 좋았습니다. 고국에 계신 붕어빵 사장님들에게는 정말 죄송하지만, 이 맛에 더 이상 붕어빵은 먹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도 들어왔지만, 가격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이 곳에서는 개당 천원씩 하는 도미 두 마리면 배가 부릅니다. 여기에 냉말차(가루 녹차) 한잔까지 곁들이면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다이야키 도미빵 전문점, 붕어빵의 원조
평일이라 조금 한산해도 이온몰은 너무 넓어 둘러 보기만 해도 곧 기운이 빠지기 때문에 안내판을 보고 둘러볼 곳을 정해서 가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에서 이 정도 쇼핑몰은 별 것이 아닐 수도 있는데(한국 기준으로도 매우 크기는 합니다만), 캄보디아에 오면 더위 탓인지, 작은 규모에 익숙해져서 인지, 걸리버의 소인국 사람이 되어 버리고, 하지만 이 넓은 몰 전체가 시원합니다. 늘 여름인 이 나라에서는 이것이 피서( 避暑)가 아닐까 합니다.
아래층 캄보디아 최대의 슈퍼마켓부터 의류, 화장품, 전자 그리고 맨 위층의 오락 시설까지 천천히 둘러보았습니다.
천원가게 다이소에서 몇 가지 구입하고
이 업체 대표가 캄보디아에서도 꽤 게임을 했다는 소문이…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