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증거를 남기자
by 김은주 | 12.07.17 07:11

은주에게,

인생이란 무엇일까? 인생이란 증거를 늘 남겨야 해. 넌 최근에 동생들에게 이메일을 썼지. "은희야, 은경아...만일 나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이메일 password 는 이렇고 은행 구좌는 이렇고...난 이런 것을 바라고..난 이런 사람들을 중요시 여기고...내 이메일을 열면 모든 것이 나와.." 하는 이메일을 썼어.

동생들은 "놀라서" 연락을 했어. "Are you ok? What's happening to you?" 넌 그냥..."매일 매일 이 날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기에..내일 있을지, 없을지 모르기에..생각날 때마다 그냥 communicate 한다..." 고 했어. 네가 우울증(憂鬱症)에 빠진 것도 아니고..또 죽음을 아름답게 보는 것도 아니고...그냥....마음가는대로 인생의 증거를 제일 가까운 사람들에게 의사를 표현한 것이야. 유서와는 또 다른거지.

 


아주 가까이 지내는 김윤태 시인님께서 쓰신 "친구의 자살" 을 읽었지. 마음이 아팠어. 김 윤태 시인님의 친구분을 개인적으로 잘 알아서가 아니야(몰랐다) 그냥 그 삶/죽음 그리고 그 친구가 김윤태 시인님에게 남긴 유서/유품...너무나 가슴아프게 만들었지.

바로 김윤태 시인님께 전화를 했어. 아름다움의 대화를 나누었지. 넌 바로 김윤태 시인님을 만나러 갈테지. 그리고 삶과 죽음에 관해 coffee 한 잔을 마시면서 이야기 하려고 약속을 해 놓았어. 김윤태 시인님도 아주 반갑게 welcome 하셨지. 그 분과 넌 통하는데가 많아. 늘 이메일도 하고 전화 연락도 하지. 문학의 벗, 삶을 논의하는 벗, 그리고 네가 느끼는 "갈팡질팡" 의 마음을 잘 이해 해 주시는 벗이야.

 


사람의 인생은 참으로 아름답지만..어떤때는 정말 허무하고 가짜같아. 이것도 무슨 우울증 증세로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그냥...이런 죽음을 알게 되고 또 김윤태 시인님 친구분의 죽음을 읽을때 느끼는 것이야. 왜 그렇게 어떠한 "perfection" 을 추구하면서 아등바등대며 사는가? 아니면...약물에 빠진 사람들 (alcohol, drugs, 등등)도 이해가 되는구나.

얼마나 인생이 고달프면...그리고 그냥 다 잊고 싶어...자신만이 편한 세상으로 가길 갈망할까? 그리고 용감하게 실천으로 옮길까? 나도 충분히 "중독"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인정한다.

 


나는 화초를 참 좋아한다. 화초를 보고 있으면 황홀해지거든. 그래서 화초가 시들거나 (물 주는것을 게을리 해) 죽으면...내 나름대로 "화초장례" 를 치른다. 요새는 왜 이렇게 마음의 장례를 많이 치르는지?????

 


인생의 증거는 글 속에 담는다. 글로 인해..영원히 인생의 증거를 남긴다. 넌 요새...예전보다 많은 글을 쓰고 있어. 그많큼 증거를 많이 남기고 싶어하고..또 남기고 싶은 일 들이 많이 생기는 것이지.

그리고 글로 인해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confirm 하는 절차가 되지. 네 글에 관해 많은 지인들이 "좋은" 평가를 해 주신다. 정말 이런 평가를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왜냐하면, 넌 한글이 모국어지만...어려서 다 잊어버렸기에...한글을 배운적은 초등학교 4년(유치원도 가지 않았다)까지. 그리고 모든 생활을 영어로 했는데도...마음에 담긴 내용은 한글이 엄청 편하고 한글이 아름다운걸 느낀다.

정서적인 것은 한글로 쓰게 되고..학교 paper 나 research 내용...그리고 따지고 argue(논쟁) 하는 것은 영어가 훨씬 편하고 저절로 써 내려진다. 하지만, 마음을 전달하는 내용은 한글이 엄청 편하고 이 아름다운 언어를 내가 쓸 수 있다는 것에 대해...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야.

 


하늘을 우러러보면서 넌 자신에게 물어본다. 그래도 이 세상은 살 만한 이유가 더 많지?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더 많지? 널 아프게 하고 널 "등치는" 사람도 있지만...너와 마음을 공감하면서...널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더 많지? 널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고 또 네가 증오하는 사람보다 네가 사랑하고 믿는 사람이 더 많지? 하면서..하늘에 꽃 핀 나무을 처다 보면서 혼자 중얼중얼 거린다. 넌...아직은 이 삶에 증거를 남길 의무가 있기에.

아주 예쁜 봄날에 난 걸었다. 그리고 풍경을 즐기고..그냥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지만..현실에 충실했다.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또 그 현실을 분석하고 또 그 현실속에서 아파하곤 하지. 하지만...팔자 타령은 안 하려고 노력하지. 그래야...소용이 없으니. 그리고 널 사랑하는 사람들과 널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고 너에게 독이 되는 사람들과는 멀리 하는 연습도 하곤 하지.

 


마음을 벌거벗을 것처럼...아주 vulnerable 한 상태를 가장 친한 사람들과 share 한다. 물론 내 "나체의 마음" 을 보고 함께 자신도 "벗는" 사람도 있지만...어떤 사람은 그냥...냉정하게 있는다. 그럴때는 금방 그 사람 앞에선 "마음의 옷을 입는다." 그리고 네 "나체의 마음은" 이제는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함께 "나체(裸體)의 마음"을 서로 보여 줄 수 있는 사람들과...아주 vulnerable 하게 머리를 맞대며 대화한다. 그리고 그 행복에 빠진다. 그렇게 넌 인생의 증거를 남기기에...

 

은주가 은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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