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렘의 찔레꽃
by 김은주 | 12.06.12 02:49
 
은주에게,


금요일에 충격으로 인해 넌 화장실에 가서 헛구역질을 심하게 했지? 심적인 고통을 받고 있을 때 구토부터 나오는 너. 그리고 두통으로...완전 마비가 되는 네 몸...금요일에는 그 구토하는 소리가 화장실에서 울려펴져 온 "동네" 사람들이 알아버렸다.


넌 그 구토의 사연을 알리지 않기위해 그냥 농담으로 넘겨버렸다. "임신도 아닌데..왜 이렇게 구토가 날까?" 그렇게..웃으면서 흘려 버렸다. 사실은 그 전날 밤 아주 슬픈 일이 있었고, 또 아침에 학교에 오니 학생중 한 명이 gang 에게 칼침을 맞아 얼굴 한 쪽이 귀에서부터 턱까지 갈라져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네 학교 근방에서는 밤새 안녕...늘 총격사건이 있고 사람들이 죽는다. 사람들이 죽는다. 너와 같은 사람들이 총에 맞아..칼에 찔려, 약물을 복용하다가...그냥 매일 사람들이 죽는다. 죽는 과정에서 가난에 찌든 이 소수계 흑인과 서바나 사람들, 내 학생들 내 학부모님들...그냥 한 명 한 명 죽어간다. 장 사익의 찔레꽃을 들었다. 그리고 또 구토를 했다. 너무나 슬프고 너무나 사람들이 딱해...그냥 마구 영혼이 흔들리는 구토를 했다.
 

 


동료교사는..."이 슬픈 상황을 너무 깊히 삭이지 마. 우리는 늘 이렇게 죽음과 가까이 살고 아이들과 접하고 가르치는 교사야. 너에겐 생소하지?" 난 이 말에도 충격을 받았다. 동료의 말이 이해는 되었지만...그냥 죽음과 늘 가까이 사는 길로 접어 든 내 영혼도 생각하게 되었다.


흔히 좋은 동네에서 백인 아이들 가르치는 교직생활을 하길 원한다고 하지? 넌 그 길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이 할렘에..매일 죽음과, 가난과, 마약과, 혼돈속에 사는 아이들과 함께 하려고 이 학교로 왔지. 교직생활에도 운명이 있는지...학교장은 널 보고 처음 고용한 교장처럼 그 자리에서 채용을 했지. 물론 많은 조건이 맞았기에..하지만...운명적인 만남에서 한 학교와 한 한인교사의 또다른 교직생활이 실천되었지.


많이 힘이 든다. 그리고 계속 힘이 들것이다. 하지만...이상하게 한국인들만이 느끼는 한을 나는 할렘에 있는 학생들, 그 부모들 그리고 주민들의 한도 느낀다. 나는 느낀다. 심장이 펑펑 뛰면서...넌 이 사람들의 한이 바로 네 한이 되어버렸듯이 매일 죽음에 가까운 이들과 한을 느끼며 산다. 너도 이들과 함께 죽음에 가까워져서일까?


 

 
사람들은 늘 자신만이 슬픔에 잠기고..자신만의 고민과 문제가 이 세상에서 제일 크다고 착각을 하고 있지. 하지만 누가 말했듯...이것은 다 상대적이다.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그런 것이다...난 그래도 매일 죽음을 기다리는 할렘가의 아이들보다는 훨씬 낫다. 내 자식이 명문대에 입학하지 못해 속상하고 부끄럽지만...매일 죽음 문턱을 왔다 갔다 하는 할렘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냥 감사해야 하는것 아닌가?


우연히 장사익씨의 찔레꽃을 비롯한 여러 노래들을 들으며...난 울음을 터뜨렸다. 열심히 computer 를 재미있게 보고 있었던 내 딸들은 "What's wrong Mommy? Why are you crying?" 하고 걱정 가득한 얼굴로 다가왔다.


왜 그렇게 장사익씨의 "찔레꽃" 노래가 내 가슴에 와 닿았을까? 내 학생들을 생각하며??? 목요일 저녁의 일을 생각하며??? 그냥 인생의 슬픔과 아픔을 느끼며? 난, 막 흐느끼며 울었다. 속시원하게 울었다.
 
 
 


그리고 난 어느 시인에게 편지를 썼다. "밤새도록 이 한(恨)을 함께 느끼면 울 사람이 필요합니다. 한의 동지가 필요합니다..."


 

 
김광석의 "서른즈음에" 도 들었다. 나는 고 김광석이 뉴욕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연을 왔을때 봤다. 내가 가르치던 대학생 모임..."우리문화찾기회"의 학생들을 지도했는데...그 기관이 주최가 되어 김광석을 초청해 Lincoln Center 근방에 있는 concert hall 에서 concert 를 열었다.


김광석을 처음 보고, 처음 듣고, 처음 경험했을때...노래를 들으면서...가슴이 미어지는것 같았다. 그리고 뉴욕을 떠나고 2달도 안돼 자살 소식을 접했을때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그 해에 한국에 나간 부모님들에게 부탁해 김광석의 cd 를 몽땅 구입했다. 그리고 내 ipod 에 넣어 걸어다니며, 운전하면서, 목욕하면서 김광석의 노래에 미쳤다.


아직은 너무나 슬퍼서 노래방에 가도 김광석의 노래는 못 부르겠다.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가슴이 미어져 할렘가에 가서 교사가 되었을까? 죽음이 늘 가까이 있는 이 지역 아이들을 내 아이들로 삼아 길을 걸어갈까?


때로는 차를 학교앞에 주차 해 놓고 시내에서 볼 일을 보고 내 차로 둘아오면 사람들이 물었다. "안 무서워요? 오밤중에 할렘가에 가서 차 타고 집에 가려면?" 난 덤덤하게 아무 생각없이 대답한다. "사람이 없어야 무섭지..사람이 있는데..왜 무서워요? 안 무서워요!"
 

 


슬픔에 힘겨워 구토하는 나나...죽음앞에서 늘 왔다 갔다 하는 내 학생들이나...또 서로를 격려하고 챙겨주고 위하는 동료교사들이나...그리고 세상의 관심사에 푹 빠져 늘 잣대와 저울로 자신의 삶을 평가하며 사는 주위사람들이나...난 그 사람들의 한(恨), 할렘가의 한, 명문대에 목을 매는 내 친구들의 한, 이 모든 한을 받아들이기로 햇다. 평가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왜냐하면, 이런 다양한 한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에게 또 하나의 한이 생기기에...그러면 또 치료와 상담을 받아야 하기에...그냥 그 한의 자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것도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것인가?


 

 
학생들은 시험을 치뤘다. 내가 맡고 있는 과학시험을 곧 치루게 된다. 난 새벽에 일어나,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과학시험을 잘 볼 수 있는지..어떻게 복습을 시켜야 하는지...어떻게 학생들을 일찍 오도록 해 한잔의 orange juice 와 빵을 먹으면서..대화를 나누면서...Science Breakfast Club 을 이끌어 나갈 것인지...


그리고 내 학생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공부이야기도 하고 삶의 이야기도 하고 또 인생경험도 하게 할까..할렘가의 한을 생각하면서...하나의 한인교사의 한을 느끼고 생각하면서..아침을 울린다.
 

 


은주가 은주에게..
 
 

 
 

 

제가 장사익 씨의 노래와 소리를 요새 참 즐겨 듣고 있는데...

그냥 한 번 편지를 띄워 보자...하고 편지(이메일)를 썼는데

답장이 이렇게 왔습니다.

너무나 행복합니다.

이 분과 계속 keep in touch 할 것 입니다.

이렇게 서로 internationally...전 세계 어디서나...in touch 할 수 있다는것

그리고 제가 보낸 작은 편지의 내용이 전달됐다는게...

참으로 신기하지 않으세요?

전 teenager 때도 누구 star 에게 편지나 concert 에 가서 소리를 막 지르는 사람이 아닙니다.

요번에 처음으로 장사익 선생님의 노래가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아서..보냈는데...

이렇게 즉각 답장이 오네요. 참 신기하죠? 제가 다시 답장을 보냈습니다. 다시 또 답장이 올 것 같아요.

함께 share 하고 싶어서...올립니다

감사합니다.
 
 

김은주님

꽃이 져 온 세상 푸른 녹음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노래하는 장사익입니다. 먼곳에서

제 조그만 노래가 인연의 다리를 놓은 것

같습니다. 몇차례 미국 공연도 했습

니다. 늘 반겨주시던 동료들의 따스한

성원~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음악은 참 아름답습니다. 서로 애환과

즐거움을 공유하여 힘을 얻지요.

좋은 이웃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한국 오시면 차 한잔 하겠

습니다. 더운 여름 잘 보내십시요!

‘12. 6. 8 장사익 拜上(배상)


 

*참고 8월 캐나타 토론토 워싱턴(벨가든) 공연있습니다!


by 민지영 2012.06.14 04:57
선생님.  소리꾼  장.사.익씨  참말 노래를 가슴 애이도록 잘 부르는 가수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소리를 처음 들었던게 아마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마지막 날에 들었던것 같습니다.  특이 하게도 양복에 빨간 양말과 검은 구두.  그리고 맥고모자.  제가 기억하는 장사익님의 첫 모습입니다.
홀연히 빠져 들었댔어요.  그이의 CD를 몽땅 사 모았지요.  내 가슴에 맺힌걸 화~악 풀어버리려고요. 그의 절규하는 그 목소리에 아. 이렇게 노래를 하는 소리꾼도 있구나 하면서.....  한동안 매일 매일 틀어 댔어요.  그러다.  어느 봄날에  이젠 놓아 버려야 겠구나  그랬죠.  제가 말이죠.
그 한에 박히는 것 같아서요.  그렇게 보내드렸습니다.  선생님도  현재 상황에 맞춰 노래를 너무 많이 감상하시지 않으시면 어떨까요?  조금만 풀어버리시면  어떠신가요?  늘 마음에 와 닿는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뉴스로 PC버전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