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참스승 허병렬 선생님
by 김은주 | 12.05.29 01:20

은주에게,

"아니..선생님은 왜 내가 드린 꽃판 (tray of flowers)을 가지고 저리로 가실까?" 넌 허병렬 선생님께서 받으신 꽃판을 저리로 들고 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 네 딸들이 스승의 날이라고 예쁜 card 와 함께 드린 膳物(선물)을 누굴 주시려고 가지고 가실까?

 


허병렬 선생님은 이렇게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다. 받은 선물은 또 다른 사람에게 주시는 분 그리고 자신은 헌 것을 쓰시고 자신의 아파트를 아주 소박하게 손으로 꾸미신 분...."어머, 이런 분을 스승으로 삼은 우리 딸들...참 행복하다." 그리고 딸들과 스승의 관계를 관찰하면서 나도 배우고 참 흐뭇했다


 

억지로 "서로 사이좋게 나누어 먹어요.." 하는 명령이 아니라, 그냥 마음에 우러나서 자신이 가진 것보다 남이 가진 것을 더 기쁘고 즐겁게 생각하시고 실천하시는 스승님...내 스승은 아니지만...내 딸들에게 가르침을 다 하시는 딸들의 스승으로 난 많이 배운다.

 

그래서 매번 토요일 아침에 딸들을 뉴욕한국학교에 내려놓고 난 허병렬 선생님의 교실 밖에서 열심히 바쁜척 하면서, 바닥에 철퍽 주저앉아 내 글을 쓰고, 내 숙제를 하면서, 귀로 듣고 옆눈질하면서 선생님께서 가르치는 모습...학생들과 interaction 하는 내용들과 모습을 몰래 훔쳐 본다.

나도 허병렬 선생님께 배우려고...배워서 내 학생들에게 똑같이 하려고...그래서...나의 간접적인 스승이 되신 허병렬 선생님의 한국학교에 딸들을 보낸 것도 참으로 영광이다. 절대로 이 move 는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넌 허병렬 선생님에게서 인간냄새도 맡지만 진정한 스승의 냄새도 맡는다. 스승은 지식도 많아야 하지만 한 학생 한 학생의 장점을 "이용" 해 그 학생이 크도록 만드는 사람이 스승이다.

스승은 내 목소리보다 학생들의 목소리 (voices/opinions) 를 더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다. 스승은 학생들이 낙제하길 바라지 않고 성공하길 기대한다. 잘못한게 있으면...punishment 로만 가르쳐 주지 않고...기다려주고 또 믿어주고...그 학생이 잘못에서 일어나도록 해 줄 수 있다.

공립학교에서는 "죄와 벌-infractions-consequences" 가 있어서...이렇게 관대하게 기다려 주기가 힘들다. 다른 교사들이 uniform code 로 학생들에게 consequences 를 주는데...나 혼자만 특별하고 잘 낫다고 consequences 를 줄 수 없기에. 하지만...넌 될 수 있으면 이 "crime and punishment" mode (방법)에서 빠져나와 스승의 관심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허병렬 선생님께서는 tray of flowers (나팔꽃) 을 받으신후...고맙다고 네 딸들을 꼬옥 안아 주시고..그 사랑을 다른 교사들에게, 부모들에게 전파하시려고..그 tray 를 교무실에 가져가셔서..."여기 이 꽃...어머니 날이니 가져 가세요" 하시면서 교사들/부모님들께 offer 하셨다.

아주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다른때 같으면...너는 화가 났을 것이다. "아니 왜 내 딸들이 드리는 선물을 다시 남에게 주실까? 이 사람 manner 굉장히 없다.." 하고 화를 낼 것 같은데...그 장면은 내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더욱더 드리고 싶어졌다. 이 분이 전파하는 사랑과 교육이 바로 이것이구나.

난 이 구절을 쓰면서 눈물을 흘린다. 참 스승의 모습을 발견하고 감탄하는 중이다. 그리고 내 딸들에게 이런 스승을 찾아 준 나도 대견하고 내 딸들도 아마 참 기뻐하고 있을 것이기에...감격의 눈물이 난다.


 

허병렬 선생님은 한 평생 가르침에 종사하고 계신다. 지난 5월 5일 뉴욕한국학교가 개교기념 39주년을 맞이했다. 어린이 날에 개교 기념일 행사를 여셨다. 허병렬 선생님은 교장을 하시거나 이사장의 감투를 쓰셔도 가르치는 일을 늘 하신다. 행정학 degree 를 가지고 있으셔도 가르치는 일은 놓지 않으신 분이다.

 

가르침은 학생들과 함께 해야 하기에. 그래서 너도...교육행정학 degree 와 license 가 있어도...학생들 옆에 오래 붙어 있으려고 행정가가 되지 않고 교사로 남아 있는지도 모르지. 그리하여 늘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자그마한 improvement 와 자그마한 기적에 감격해 "환호" 하는거지.

  


이 학생은 이제 늘 나에게 먼저 다가오는 "특별한 학생" 이다. 친구들에게 화가 나서 내 교실 창까지 주먹으로 깬 학생...그런데..이제는 아침에 날 보면...늘 "Hi, Ms. Kim" 하면서 활짝 웃음으로 반겨주는 내 소중한 학생이 되었다. 이 학생은 다른 반에서는 잠을 자도, 내 반에 와서는 늘 곁에 찰싹 달라 붙어서..어리광을 핀다.

 

난 이 학생이 너무나 예쁘다. 사진을 찍자고 하니..서슴지 않고 얼굴을 맞대고 사진을 찍었다. 둘이서 camera 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두리번 거리다 찍힌 사진...이 사진을 자주 들여다 보면서..이 학생을 더욱 더 예쁘게 생각하게 되었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아름다움을 묘한 방법으로 끄집어 내는 자가 참 스승이다. 난 아직도 이 일을 잘 해보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그렇게 쉬운 일 많은 아니다. 많이 답답하게 느낄 때, 그리고 포기 일보 직전일 때도 많고...학생들에게는 실망을 많이 하지 않지만...행정가에게 그리고 교육 system 에게 실망을 할 때가 많다.


 

허병렬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希望(희망)을 넣어 주신다. 내 아이들은 한글을 다시 배우는 과정에서..아주 재미있게 배워 나간다. 토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 금요일 저녁때도 일찍 잔다. Play date 가 있어서 늦은 밤까지 놀더라도..꼭 토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한글학교에 갈 준비를 한다. 숙제를 다 못했을 경우에는 차 안에서 운전하는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봐 가면서 다 해 가지고 간다.

 


그리하여 하늘을 우러러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리함으로 스승을 존경하고 스스로 스승이 되는 연습을 하는 것이기에...저 푸른 하늘..그리고 먹구름 진 하늘...빛이 쨍쨍한 하늘을 보면서...내 딸들은 가르침에서...산 배움에서 산 인간이 되기에...스승의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난 내 딸들에게 허병렬 선생님 같은 분을 많이 "물어다" 주어야 하는 엄마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의 책임과 의무보다 절로 마음에서 우러나게 하는 참 스승을 보고 알맹이를 알아보는 기술자가 되는 것을 배워야 한다.

 


빛의 그림자도 좋으니..그 따스한 빛을 참 스승을 통해 보도록 하는 것이 부모가 하는 일 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시에 나도 그런 스승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허병렬 선생님을 생각하며 은주가 은주에게

by 민지영 2012.06.03 12:11
역시 훌륭한 스승님 밑에 훌륭한 제자도 탄생하는 법인것 같아요.  아름다운 마음과 본받을 수
있는 가르침이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낌니다.  우리가 어릴적에는 선생님께 상처를
받는 일도 종종 있었거든요.  어린마음에 새겨져 쉽게 잊혀지지는 않은 것들요. 그것때문에 물론
더욱 긍정적인 삶을 선택한 제자들이 많긴 하지만...(그런면에서 보면 좋은 스승님이 맞긴한데요?^^) 아뭏튼 요즘은 심심치 않게 교권이 하락하는 일들이 많아 그런지 선생님같은 분들이 참다운 교육의 중심에 서주신것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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