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당국자
by 안정훈 | 19.12.15 11:38

   

어제 송년 모임에서 언론에 대한 생각들이 달라 한참 결론도 없는 토론이 벌어졌다. 친구A는 언론의 사명은 <비판>이라고 했다. 친구B<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듣기만 했다. 오랫동안 당국자로 살아온 내 경험이 떠올라 미소만 지었다.

 

잠깐이지만 속으로는 많은 생각을 했다.

 

언론사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일단 <특종>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경쟁의 정도는 상상 초월이다.

그것이 왜곡된 것인지, 의도에 맞춰 가공된 것인지, 사생활 침해인지 따위는 따지지 않는다.

그렇게 단독보도 한 걸<독고다이>라고 한다.

원래 독고다이는 일본어로 특공대라는 뜻이다.

 

기자 한명이 독고다이를 하면 다른 언론사 기자들은 소속사에서 비인간적이고 모욕적인 욕을 먹게된다.

군대생활을 하며 욕에 익숙한 사람들도 옆에서 들으면 기가 막힐 정도다. 내가 옆에서 들었던 최고의 욕은 " 너 아직 우리 회사 다니냐?"라는 국장과 기자간의 통화였다.

 

낙종한 걸 기자들 세계에서는 <물 먹었다>고 한다.

물먹고 나서 심한 질책을 당한 기자의 눈에는 핏발이 선다.

어떻게든 만회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우선 출입처의 중요 보직에 있는소위<당국자>를 쪼아댄다. 일반적으로 기자와 당국자는 <갑과 을의 관계>라고 볼 수있다.

하지만 요령 좋은 기자는 평소 부터 핵심을 쥔 당국자를 <형님> 이라고 부르면서 관리한다.

보통는 은어로 <나와바리 관리>를 잘 한 기자가 특종을 쓰는 경우가 많다. 기자에게 '<어장 관리><형님들과의 돈독한 친분>이 중요한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형님들은 조직에 해가 되는 걸 알면서도 왜 <뻗치기> 대신 <흘리기>를 하는걸까?

가장 많은 이유는 기자가 <냄새>를 제대로 맡았다고 판단 될 경우다. 뻗치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향후를 생각해서 적당히 흘려준다. 이때 노련한 형님은 레이 아웃 정도만 흘려주며 키를 누가 쥐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자기는 살짝 빠진다.

 

두번째 이유는 <자수해서 맞으면 덜 아프게 맞는다>는 관계자들의 경험 때문이다.

 

세번째는 다음번에 <빨아주기>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입처를 홍보해 주는 <미담이나 동정기사>를 써주는 것을 < 빨아준다>고 한다.

 

유능한 관계자는 <잽은 맞아주고 결정타는 피하는 작전>을 쓴다. 그리고 빨아주는 기사를 자주 나오게 한다. 최고 유능한 관계자는 <밀려오는 파도를 더 큰 파도로 덮어 버리는 능력>을 발휘하는 내공있는 자다.

 

초짜기자를 <사스마와리>라고 부른다. 어원은 일본어의 찰회(察回빙빙 돌아 다니며 살펴본다) 라는 단어다. 신입 기자는 매일 밤 경찰서를 돌며 사스마와리를 해서 새벽에 팀장에게 보고한데서 나온 말이다.

 

경험이 얼마 안되는 기자가 출입처로 새로 오게 되면 인맥 뚫기에 총력을 집중한다. 그러나 사스마와리는 욕심과 의욕이 넘쳐 오보(誤報)를 많이 날리는 경우가 많아 형님들에게는 요주의 인물이 된다.

 

독고다이란 실력과 네트워크와 운이 있어야한다.매번 독점기사를 쓸 수는 없다.

그래서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빌려다 해설이나 비판으로 면과 시간을 채운다

특히 요새 종편 프로그램 보면 정치, 시사, 교양, 특강 같은 프로들이 많다.

독하고 거칠게 표현 할수록 인기가 높다. 특종 대신 구미에 맞춘 극한 차별화로 승부를 건다. 적은 예산을 들여서 많은 광고 수입을 올린다.

 

이런 방식이 아주 잘 먹히는 이유가 뭘까?

행간을 읽을 줄 모르는 독자들과 카메라가 돌아가기 전과 후의 상황을 유추할 능력이 없는 시청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론은 힘들긴 해도 신이 난다. 정보(fact)만 전달 하는게 아니라 해설자, 평론가가 된다. 수요가 있으니 어쩔수 없다. 변화 같은건 필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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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한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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