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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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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명의 트럭 도전자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20-01-04 (토) 20:28:19


황길재 사진1.jpg

      

오랜만에 아침까지 푹 잤다. 빨래하고 샤워하고 아침 먹었다.

 

새 트레일러를 받았는데 내부 청소가 안 됐다. 보통은 터미널에 들어오면서 하는데 대기줄이 길면 못 하는 경우도 있다. 나도 어제 그랬다. 화물 받으러 가는데 트레일러가 깨끗해야 한다. 와쉬베이에서 트레일러를 세차하는 김에 트럭도 같이 했다. 터미널을 나가면서 리퍼 연료통도 채웠다.

 

발송처에 가까이 왔는데 11번 국도가 막혔으니 36피트 이상 트럭은 우회하란다. 마땅한 길도 없어 그냥 가봤다. 길이 막혀 있고 우회로는 로컬 딜리버리 아니면 트럭 진입금지였다. 내 트럭은 거의 70피트다. 좁은 주택가에서 제한 길이 두 배의 트럭을 회전하려니 진땀 났다. 다행히 아무 사고도 안 치고 빠져 나왔다. 갈 때는 이 길로 못 오겠다. 트럭 진입 금지 사인을 절대 무시하지 말자.

 

발송처인 National Beef도 주택가 인근에 있다. 곳곳에 대형 트럭 진입 금지다. 미로 찾기 퍼즐 게임처럼 진입 가능한 길로 찾아 들어갔다. 도착하니 여성 경비가 찾아 오는데 힘들지 않았냐고 묻는다. 티켓을 많이 받는단다. 한번 와봤으니 다음에는 좀 더 쉽게 찾겠지만 다시 오고 싶지는 않는 곳이다.

 

화물은 가벼웠다. 9천파운드가 안 된다. 거의 빈 트럭을 모는 느낌이랄까.

 

배달처에 와서 체크인했다. 오늘은 일찍 와서 그런가 주변에 세울 곳이 많았다. 내일 오전 9시 약속이니 언제 전화가 올지 모른다.

 

오늘 새로 페친이 된 분과 아침부터 메시지를 주고 받았고 저녁에는 통화도 했다. 뉴욕에 사는 분인데 나보다 6살 형님이다. 20년 이상 세탁소를 하시다 CDL 라이센스를 따고 트럭운전을 시작하신다고 했다. 월요일부터 프라임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받으신다고. 프라임은 인터넷으로 알게 되셨단다. 리쿠르터가 플렛베드 아니면 탱커를 선택하라고 했단다. 그쪽이 모자라는 모양이다. 초보자고 연세도 있으시니 탱커가 나을 것이다. 프라임 탱커 디비전은 식품만 취급한다. 북동부는 와인이나 식용유를 많이 취급할 것이다. 이 형님은 클래스 B 라이선스는 기존에 갖고 계셨고 이번에 클래스 A를 써니(Sunny) 트럭 운전학원에서 따셨단다. 시험을 오토로 봐서 오토 운전만 가능한데 프라임 트럭이 오토로 가는 추세라 큰 문제는 안 될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나를 추천해줘서 친구 신청했다고 한다. 페북이 똑똑하다. 내가 써 왔던 트럭 일지를 읽어보시라고 권해 드렸다.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의 하나다. 트럭운전에 도전하는 한인분들을 위한 약간의 가이드 역할.

 

내일 집에 가게 되면 사전 투표를 해야겠다. 5일이 선거지만 내일까지 사전투표기간이라 미리 투표할 수 있다.

 

 

기타 센터 방문

 

 

일명 서머타임인 일광절약시간제가 끝났다. 시계는 1시간 느려졌다. 새벽 2시 넘어 전화가 왔다. 66번 도어에 대란다. 닥에 대고 사무실로 가 서류를 접수했다.

 

트럭에 누워 기다리는데 전화가 왔다. 아미고, 부탁이 있다. 70번 도어로 옮겨줄래? ? 이것들이 기껏 댔더니. 그래 연습한다 치자. 70번 도어는 양쪽에 트럭이 서 있다. 아까보다 난이도가 높다. 그래도 이 정도는 해낸다. 확실히 후진이 늘었다. 98% 완성의 느낌이랄까.

 

화물 내리고 나와서 야간 디스패처에게 집에 가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트로피카나에 트레일러를 내려 놓기로 했다. 그 전에 할 일이 많다. 트레일러를 씻어야 하고 리퍼 연료통도 가득 채워야 한다.

 

OJ 트럭 와쉬가 가장 가깝다. 이곳은 원래 탱크 트레일러 세차 전문인데 일반 트럭 세차도 겸한다. 프라임 탱커 디비전이 이곳에서 세차를 한다. 탱크는 작업도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일반 세차장보다 숫자가 적다. 대게는 세차할 트레일러를 내려 놓고 이미 세차가 끝난 트레일러를 끌고 가는 형태인 것 같다.

 

일요일인데 다행히 문을 연다. 오전 8시부터 시작이라 조금 기다렸다. 와쉬아웃하고 인근의 툴로트럭스탑에서 리퍼 연료를 채웠다.

 

트로피카나에 도착해 트레일러를 내리고 밥테일로 나왔다. 집으로 트럭을 가져갈까 싶어 아내에게 하이웨이 서비스로드에 트럭 주차할 공간이 있나 물었더니 승용차가 주차해 마땅한 자리가 없었다. 다시 툴로트럭스탑으로 향했다.

 

툴로트럭스탑에 60시간치 주차비를 냈다. Lyft 택시 Path train F train Q17 버스, 총 네가지 교통수단으로 집에 왔다. 오후 1시가 넘었다.

 

점심을 먹고 기타 센터에 갔다. 아들 녀석이 가고 싶다고 했다. 롱아일랜드시티 매장이 위치는 가깝지만 하이웨이로 가는 롱아일랜드 매장이 시간은 적게 걸릴 것이다. 가는 김에 아들 녀석의 전기기타도 가져가 수리를 맡겼다.

 

나도 기타센터는 처음 와봤다. 기타가 주종이지만 다른 악기도 있다. 아들은 지미 페이지를 좋아한다. 이번 할로윈에도 기타를 들고 나가 지미 페이지 코스프레를 했단다. 친구들 앞에서 기타를 연주해 환호도 받았다고. 성주는 기타 여러 대를 시연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좋아했다. 예전에 1년 이상 기타 레슨을 시켰을 때는 겨우 도레미만 쳤다. 결국 레슨을 중단시켰다. 전기 기타에 관심을 갖고는 독학으로 기타를 익혔다. 악보를 읽을 줄도 모르고 완전히 소화해내는 곡도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기타를 즐기니 그것으로 됐다. 진지하게 음악의 길을 가겠다면 후원해주겠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만족이다.

 

나는 학창시절을 통틀어 학원을 딱 한번 다녔다. 3때였는지 고등학생때였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기타 학원에 두 달 다녔다. 기초만 배웠지만 대학까지 잘 써먹었다. 시간이 지나며 문제가 생겼다. 90년대 가요는 기타로 반주하기에 코드가 복잡해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노래방의 등장. 캠퍼스나 술집에서 기타치며 노래부르는 풍경은 서서히 사라졌다. 일상생활이었던 노래는 노래방에서나 하는 행위로 바뀌었다. 기타를 놓은 지 수십 년 손가락 조차도 치는 법을 잊었다.

 

내가 기타 치는 모습을 보여준 적도 없건만 아들은 왜 기타에 빠졌을까? 그 또래 남자 아이들이란 시대를 불문하고 비슷한 것인가?

 

 

 

황길재 사진2.jpg

 

 

산책

 

 

근래 가장 많이 걸었다. 아침에 아내와 집근처 공원 산책로를 걸었다. 3마일 정도 걸었는데 1만보가 넘었다. 트럭 운전을 한 후 걷기가 줄었다. 나로서는 오랜만의 운동이라 몸이 가뿐하고 좋았다. 평소에도 일부러라도 걷고 운동해야 하는데 막상 피곤하니 잘 안 하게 된다.

 

대륙의 실수라는 샤오미 밴드 4를 찼다. 예전에 차던 것보다 훨씬 편하다. 나는 몸에 뭘 차는 걸 싫어한다. 불편하다. 시계도 반지도 목걸이도 안 한다. 그런데 밴드 4는 편하다. 종일 차도 불편하지 않다. 잘 때도 샤워할 때도 찬다. 착용 사실 자체를 잊어 버린다. 스마트 팔찌는 걸음 숫자말고도 심장박동수, 수면패턴 측정, 시계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날씨, 전화 응답, 메시지 확인, 음악재생 컨트롤도 되지만 자주 쓰지는 않는다.

 

아내와 숲길을 걷는 작은 일상이 행복이다.

 

저녁에 딸아이와 지원할 대학에 대해 얘기했다. 수영이는 일단 뉴욕시립대학 중에서 선택하겠단다. 뭔가 도움을 주기에는 나도 아내도 학교와 학과에 대해 아는 게 적다. 각 대학별로 학과와 전공을 보니 막상 뭘 추천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역사, 필름, 미디어, 저널리즘 중에서 하나 선택하면 어떨까 싶다. 막연하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수영이는 내일 해병대 모집관을 만나 정보를 알아보겠단다. 지원한 대학에 떨어지면 입대할 생각도 있는 모양이다. 해병대에는 약 8%가 여성으로 미군 중 가장 여성 비율이 적다. 아내는 다른 곳도 아니고 해병대라니 어어 없다는 반응이다. 딸아이가 나를 닮아 엉뚱한 데가 있다.

 

수영이도 나름 자기 진로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는 것 같다. 뭔가 확실한 결정을 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할 따름이다.

 

심바는 더 커지고 행동도 의젓해졌다. 가족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내게도 애정을 표시한다.

 


황길재사진3.jpg

 

 

두 번째 투표

 

 

시민권 취득 후 두 번째 선거에 참여했다. 중요한 선거는 대부분 짝수 연도에 있다. 올해 선거는 관심이 높지 않다. 가족들과 산책 후 아이들이 다녔던 초등학교에 투표하러 갔다. 아는 사람이 없다. 당 보고 찍었다. 지난 경선에서 내가 밀었던 퀸즈 검사장 진보 후보는 재검표에서 10표 차이로 떨어졌다.

 

공직자 선거 외에도 다섯 가지 법안에 찬반을 묻는 투표도 있었다. 어제 뉴욕타임즈 기사를 읽고 대강의 내용은 파악했다. 그 기사에는 법대 교수가 그 법안을 읽고 파악하는 데 45분이 걸렸다고 했다. 일반 유권자는 투표에 5분 이상 시간을 소요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투표 용지에 적힌 법안은 글씨가 깨알같아 돋보기로 들여다 보더라도 읽기가 어려울 정도다. 법안을 읽는다고 정치적 의미가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2번 법안은 반대를 하기로 결정하고 갔기에 No에 기표했고 나머지는 모두 Yes에 기표했다. 나중에 페친의 글을 읽으니 1번 법안도 No를 하는게 소수계 정치인의 선출에 유리하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런 의미를 누가 해설을 해줘야 한다. 한인 언론에서 이미 해설을 해줬는지도 모르겠다만 나는 접할 기회가 없었다.

 

학교 앞 핏자리아에서 피자로 점심을 했다. 오늘 따라 맛 있었다. 선거일이라 아이들은 오늘 수업이 없었다. 성주는 친구와 영화보러 자마이카에 갔다. 수영이는 해병대 모병관과 상담하러 플러싱에 갔다.

 

나는 짐을 챙겨 버스 메트로 패쓰 택시 순서로 트럭스탑에 돌아왔다.

 

지난 3일 집에 갈 때 ELD 시스템 제공사인 옴니트랙의 오류로 전국적인 혼선이 빚어졌다. 전산 로그 기록이 사라져 로그 용지에 손으로 업무 시간을 기록하라고 했다. 플릿 매니저들도 기사들의 남은 시간을 알 수 없어 화물 배당에 어려움을 겪었다. 나는 이 참에 집에 갔으니 다행이었다. 지금은 복구가 완전히 됐는지 모르겠다. 돌아와보니 내가 on duty 상태로 50시간을 지났다. 당연히 내 업무 가능 시간은 제로다. 다행히 수정이 가능하다. off duty로 수정하니 깨끗한 70시간이 채워졌다.

 

화물은 언제 들어올지 모르겠다. 이 트럭스탑에는 오후 11시까지 주차비를 지불했다. 그때를 넘겨도 안 들어오면 인근 거래처 주변으로 이동해 쉴 참이다.

 

 

피츠버그로

 

 

어제밤 1040분 트럭스탑을 나왔다. Newark Perishables로 향했다. 주변 도로에 세우고 잤다.

 

아침에도 화물은 안 들어왔다. 시간 있을 때 월마트에서 장을 보자. Kerney 월마트에 갔다. 나는 밥테일이라 문제 없었지만 트레일러 끌고는 들어오기 어렵다. 그런데도 여기 주차한 다른 트럭들은 어떻게 진입했는지 모르겠다.

 

복잡한 동네답게 오전부터 주차장이 거의 찼다. 매장도 붐볐다. 내가 가본 월마트 매장 중 가장 혼잡해서 다니기 불편할 정도다. 필요한 식품을 사서 나왔다. 나갈 때 입구에서 영수증과 카트에 담긴 물품을 검사했다. 동네 수준이 드러난다.

 

트럭에 오니 브라이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린든에 있는 블루 에이프런에 가서 160064번 트레일러를 연결하란다. 막판에 교통이 복잡한 곳이다. 도착해서 물어보니 찾는 트레일러가 없다. 대신 161665번 트레일러가 있었다. 빈 트레일러고 내부 청소도 됐고 리퍼 연료도 가득했다. 브라이언에게 이거 대신 끌고 가도 되냐고 물었는데 답이 없다. 밥 먹으러 갔나? 약 반 시간 후에 그 트레일러를 가져가라고 연락 왔다. 다음 화물도 같이 들어왔다.

 

트로피카나에서 픽업해서 내일 오전까지 피츠버그로 간다. 아니 트로피카나에서 픽업할 거면 그냥 가도 되지 않았나? 집에 갈 때 거기에 트레일러 내려놓고 갔는데.

 

트로피카나 입구에 트럭을 세우고 치킨 라이스 할랄푸드를 사 먹었다.

 

경비실에 체크인하니 화물이 준비 돼 있었다. 빈 트레일러는 내려놓고 가져갈 트레일러를 연결해 나왔다.

 

퇴근 시간 임박해서인가 도로가 붐볐다. 뉴저지를 빠져나갈 즈음에야 교통이 뜸해졌다. 서머타임이 끝나서인지 오후 5시를 넘기자 어두워졌다. 배달처에 오늘 중으로 도착할 수 있지만 쉬었다 가기로 했다. 밤에 익숙치 않은 곳은 피하는 게 좋다.

 

오후 7, Lamar 파일럿에 도착해 주유했다. 근처 TA트럭스탑으로 옮겼다. 빈 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주 TA에서 주유해서 샤워 크레딧도 하나 있다. 없어지기 전에 쓰는 게 좋다.

 

수영이는 오늘 학교를 조퇴하고 브루클린에서 해병대 입대 시험을 보고 왔다. 80점을 받았다 했다. 합격점이 얼마냐 물으니 30점인가 40점이란다. 시험을 쳤다고 입대하는 것은 아니다. 수영이에게는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다. 군인 월급도 적지 않지만 나중에 대학 등록금 지원 혜택도 있다. 내 이전 플릿 매니저인 글렌도 해병대 출신이고 그의 부인도 해병대에서 만났다고 한다. 아무튼 우리 가문을 통틀어 해병대 입대 시험을 본 사람은 수영이가 유일하다.

 


황길재사진5.jpg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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