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파리 : 서울 :   시작페이지로 설정 즐겨찾기 추가하기
 
 
 
꼬리뉴스 l 뉴욕필진 l 미국필진 l 한국필진 l 세계필진 l 전문필진 l 사진필진 l 열린기자 l Kor-Eng    
 
뉴욕필진
·Obi Lee's NYHOTPOINT (89)
·강우성의 오!필승코리아 (40)
·김경락의 한반도중립화 (14)
·김기화의 Shall we dance (16)
·김성아의 NY 다이어리 (16)
·김은주의 마음의 편지 (45)
·김치김의 그림이 있는 풍경 (107)
·등촌의 사랑방이야기 (173)
·로창현의 뉴욕 편지 (431)
·마라토너 에반엄마 (5)
·백영현의 아리랑별곡 (26)
·부산갈매기 뉴욕을 날다 (9)
·서영민의 재미있는인류학 (42)
·신기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17)
·신재영의 쓴소리 단소리 (13)
·안치용의 시크릿오브코리아 (38)
·앤드류 임의 뒷골목 뉴욕 (33)
·제이V.배의 코리안데이 (22)
·조성모의 Along the Road (27)
·차주범의 ‘We are America (36)
·최윤희의 미국속의 한국인 (15)
·폴김의 한민족 참역사 (43)
·한동신의 사람이 있었네 (37)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208)
·훈이네의 미국살이 (108)
·韓泰格의 架橋세상 (96)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총 게시물 208건, 최근 0 건 안내 글쓰기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사흘밤을 달려라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9-07-31 (수) 06:35:36



0716 사흘밤.jpg

      

타이슨이나 JBS같이 고기를 싣는 곳은 거의 마감시각에 가까워 화물이 준비된다. 오전 9시도 안 돼 도착했는데 역시나다. 트레일러를 내려놓고 근처 러브스 트럭스탑에 갔다. 거기에선 전화기 연결이 안 돼 샌드위치 하나 사 먹고 다시 발송처로 왔다. 희한하게도 여기는 도축장 특유의 고기 썩는 악취가 안 난다. 바람의 방향 탓인가?

 

배달 일자는 19일 오전 6시다. 1,500마일을 가야 하니까 빠듯하다. 오늘 저녁에 출발해서 사흘을 밤시간으로 달려야 일정을 맞춘다. 밤운전은 하루도 힘든데, 컨디션 조절을 잘 해야겠다.

 

오후 5시에 경비실에 다시 가보니 화물이 준비됐다며 트레일러 번호를 알려준다. 재미있게도 내가 가져왔던 트레일러다. 드랍 앤 훅에서 같은 트레일러를 받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181152 트레일러는 어제 사고까지 치더니 더 오래 나와 같이 가고 싶은가보다. 한 트레일러로 이토록 먼 거리를 가는 것도 처음인가? 나도 익숙한 트레일러를 끄는 게 낫다. 적어도 아무 문제 없으니까.

 

화물이 44,276lb. 거의 한계 중량에 근접했다. 게이지 상으로는 드라이브 타이어와 텐덤 타이어 모두 34,000파운드에 약간 못 미친다. 지난번 화물은 너무 가벼워 텐덤 타이어를 가장 앞으로 당겨도 드라이브 타이어가 더 무거웠다. 이번에는 12~13번 핀에 맞추니 균형이 맞다. 34,000을 넘어가도 안 되고 12번 핀을 넘어가도 안 된다. 각 주마다 텐덤 타이어 위치 허용 기준이 있다. 내가 지나는 곳은 12번 핀이 최대 허용치다. 문제없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러브스에 들러 CAT 스케일에 정확히 재보는 게 좋다. 그렇게 엄격하게 핀 위치를 따지는 것은 아니므로 한두 핀 더 넘겨 운전한 적도 있다. 그래도 이왕이면 기준에 맞추는 게 좋다.

 

잠시 후 10시간 휴식이 끝나면 바로 출발하자.

 

 

학습효과

 

 

 

0719 학습효과 앙골라 뉴욕.jpg

 

사흘간 밤을 달려 뉴욕주 시라큐스에 도착했다. 첫날과 이튿날 각 10시간 이상 부지런히 달린 덕에 오늘은 약 7시간을 운전했다.

 

밤운전의 첫날의 마지막 두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 졸음을 물리치기 위해 미친놈처럼 마구 소리를 질렀다. 둘째날은 첫날보다는 나았지만, 마지막 시간은 여전히 힘들었다. 오늘은 운전시간도 적었고 子正(자정)을 조금 넘겨 도착했기에 문제없었다.

 

배달은 내일 아침이다. 정문 앞 오른편에 대기장이 있는데 한 자리 남았다. 경비가 거기에 대라고 했다. 거기에 대려면 처음부터 왼쪽으로 널찍하게 들어왔어야 했다. 두 트럭 사이 남은 자리도 한 트럭이 바닥선 가까이 주차해 공간이 몹시 좁았다. 억지로 들어가 보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내려서 확인하니 내 트레일러 우측면이 오른쪽 트레일러 좌측 끝에 닿았다. 계속 밀고 갔으면 옆에 커다란 스크래치가 생겼을 것이다. 사흘 전 사고의 기억으로 내려서 확인하기를 잘했다. 시야에서 벗어나 확실하지 않을 때는 내려서 직접 보는 것이 최고다. 이것이 실수에서 배운 학습효과다.

 

다시 각도를 만들어 들어가려고 후진하는데, 경비는 내가 공간이 좁아서 못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했는지 정문 안쪽 야드에 대라고 했다. 나야 땡큐지. 트레일러 주차장에 한 자리를 찾아 후진했다. 다시 경비실로 가 서류 접수하고 전화번호를 남겼다.

 

밤운전이라도 12시간 넘게 일하기 때문에 밝을 때도 운전한다. 저녁에는 해 지는 풍경을 보고, 아침에는 해 뜨는 풍경을 봤다. 밤의 신비가 깨어났다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아침 7시쯤 트럭스탑에 들어가면 일찍 출발한 트럭들이 비워놓은 자리가 많다. 오후 5시쯤 내가 출발할 때는 다른 트럭들이 하루를 마감하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제는 5시경에 폭풍우가 몰아쳤다. 샤워하고 나와서 걸어가는데 맨살에 닿는 빗방울이 따가울 정도였다. 트럭에 도착한 직후 무지막지하게 비가 퍼부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빗물로도 샤워할뻔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놀랐는지 트럭스탑으로 트럭이 줄지어 들어왔다. 금방 멎을 비가 아니었지만 나는 출발했다. 남들이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 나는 시작한다.

 

와이퍼를 작동하면 크루즈 컨트롤이 안 된다. 그리고 시속 57마일로 최고 속도가 제한된다. 빗길에 천천히 달리라는 뜻이다. 계속 액셀 밟기가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곧 익숙해졌다.

 

미주리에서 일리노이로 들어설 무렵에 빗줄기가 가늘어졌고 인디애나 가까워졌을 때는 비가 그쳤다. 그때부터는 크루즈로 달렸다.

 

요즘 운전하며 즐겨 듣는 음악은 한국 락밴드 Thorn apple이다. 실력 있는 밴드다. 음악 분위기는 Nell과 비슷한데 내 취향에는 쏜애플이 더 맞다. Hindi Zahra도 최근에 발견한 보석이다. 세계를 다니며 재즈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이정헌 교수의 글에서 알게 됐다. 매력적인 목소리에 독특한 발음, 주문을 외듯 반복되는 가사는 묘한 中毒性(중독성)이 있다.

 

심바는 아내의 보살핌 속에 잘 지낸다. 몸무게를 달아보니 1kg이란다. 아내는 학습과 경험을 통해 고양이의 일반적 특성과 심바의 성격을 알아가는 중이다.

 

 

 

0719 심바.jpg

 

 

폭염에 APU 사망

 

 

배달 후에는 여기서 머물 수 없다. 근처 트럭스탑을 알아보니 파일럿이 있는데 주차 대수를 늘이려고 배열을 좁게 만들었다. 이런 곳은 가능한 피하고 싶다. 바로 옆의 세차장도 공간 접근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더 가까이에 와쉬아웃만 하는 곳이 있다. 공간은 이곳이 더 좋아 보였다.

 

갔더니 아무도 없다. 전화를 걸었더니 5분 이내 온다고 했다. 트레일러를 청소하고 앞쪽 마당에 주차했다. 원래 있던 공장이 폐쇄됐는지 건물은 비었고 마당에 공간은 충분했다. 구글 위성 사진은 몇 년 지난 것이라 실제와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실내가 추워서 에어컨을 잠깐 껐다가 곧 더워져서 다시 틀었는데 APU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어찌어찌해서 겨우 다시 작동시켰는데 시동 걸리는 모양새가 이상하다.

 

다음 화물은 뉴욕주 뉴 베를린에서 일리노이주 윌밍턴으로 간다. 뉴 베를린에는 초바니 공장이 있다. 전에 한 번 가본 적 있다.

 

한 번이라도 경험한 곳은 작업이 쉽다. 새 트레일러를 연결했다. 문제는 APU. 지난겨울에는 가장 추운 날씨에 APU가 고장나 난방이 안 되더니, 이번에는 가장 더운 날씨에 말썽을 부린다. RA에 연락하니 퓨즈를 확인해보란다. 벙커 베드 아래에 있는 퓨즈박스를 열려면 볼트에 맞는 연장이 있어야 한다. 내 연장은 안 맞다. 마침 다른 프라임 트럭이 옆에 있어 연장을 빌렸다. 퓨즈를 다 확인해도 문제는 없어 보인다. 퓨즈가 원인이 아닌 것 같다. RA는 핏스톤 터미널로 가서 수리하라고 했다. APU 없이 이번 주말을 보내지 말라고 했다.


0719 폭염에.jpg

 

트럭 자체 에어컨은 작동해서 운전할 때는 괜찮다. 엔진을 끄고 주차했을 때가 문제다. 트럭 엔진은 5분 공회전하면 자동으로 꺼진다.

 

글렌에게 연락해 핏스톤으로 가기로 했다. 월요일까지 배달이니 시간 여유는 된다. 핏스톤으로 가면 100마일가량 거리가 늘어난다.

 

핏스톤에 도착하니 야드에 트레일러 주차공간이 부족하다. 주차공간 사이에 세운 트레일러 옆에 나도 트레일러를 내렸다. 트랙터샵으로 가니 가능한 시간에 연락을 주겠단다. 새벽에나 연락이 올 것이다.

 

건물로 가니 아직 카페가 문을 열었다. 영업시간 지났는데? 오늘은 날씨가 더워 730분까지 한단다. 잘 됐다. 가장 비싼 메뉴인 스테이크를 시켜 먹었다. 튀김류 말고는 다른 사이드 메뉴는 안 된단다. 간이 잘 배어 그냥 고기만 먹어도 맛있었다.

 

더워서 트럭에 있을 수는 없다. 얼마나 더운지 건물 내부로 들어와도 후끈하다. 벙커룸을 얻고 찬물로 샤워를 했다. 벙커룸도 덥다. 벙커룸은 겨울에는 춥더니 여름에는 덥다. 냉난방이 잘 되는 트럭 내부가 가장 쾌적하다.

 

건물 내에서 짐(Gym)이 가장 시원했다. 그다음은 휴게실이다. 지금 휴게실에서 글을 쓴다.

 

내일 운전하려면 더워도 잠을 좀 자야 한다.

      


0719.jpg

 

 

불볕더위가 좋은 점도

 

 

새벽 230, 벙커룸에서 땀 흘리며 자다가 전화 소리에 깼다. 기억나지 않는 꿈을 꿨다. 트랙터샵이었다.

 

유타를 몰아 트랙터샵으로 갔다. 퉁퉁한 덩치의 매카닉이 내 담당이었다. 그는 APU 커버를 벗기고 기계 아래로 들어갔다.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원인을 못 찾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잠시 구경하다 트레일러 주차해 놓은 곳으로 갔다. 휴대폰을 보니 리퍼 전원이 꺼졌다는 메시지가 자정 즈음에 두 번 들어와 있었다.

 

트레일러는 위치가 달라졌다. 전원은 들어와 있다. 야드자키가 옮기는 과정에서 잠시 전원이 꺼졌나보다. 여전히 야드에 공간은 부족해 주차공간 앞으로 트레일러가 여럿 주차돼 있다. 다행히 내 트레일러는 주차공간에서 바로 빼낼 수 있는 위치다.

 

방으로 돌아가 다시 잤다. 또 꿈을 꿨다. 전화 소리에 깼다. 5시 조금 넘었다. 수리가 끝났단다.

 

유타는 찬바람을 씽씽 냈다. 매카닉에게 원인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배선불량이란다. APU는 완성 트럭에 딸려 나오는 장치가 아니다. 써모킹 제품을 사다 프라임 트랙터샵에서 별도로 설치했다. 설치 기술이 모자라는지, 배선불량 문제로 고장났다는 글을 페북 프라임 그룹에서 가끔 봤다.

 

잠은 이미 깼다. 트랙터를 주차할 자리도 없었다. 유타를 트레일러에 연결하고 벙커룸에서 짐을 챙겨 퇴실했다. 동이 터 오는 이른 새벽 터미널을 떠났다.

 

트레일러 타이어 경고등이 수시로 켜졌다가 꺼졌다. 실제 타이어 문제는 아니고 트레일러 압력 조절 장치가 원인이다. 운행에는 지장이 없기에 그냥 달렸다.

 

I-81을 타고 남쪽으로 가다 I-80을 타고 서쪽으로 향했다. 2시간 정도 운전 후 휴게소에 들러 잠을 잤다. 간밤에 잠도 부족했고, 서둘러 갈 일도 없다. 2시간 자고 나니 잠이 깼다. 다시 출발했다.

 

무척 더운 날이다. 트럭 에어컨은 빵빵해서 살짝만 틀어도 충분하다. 날씨가 뜨거워서 좋은 점도 있었다. 오는 중 도로공사가 전부 중단이다. 40도 가까이 올라가는 이런 날씨에 야외작업은 거의 살인행위다. 고속도로 공사구간 지날 때는 위험하다. 오늘은 편히 공사구간을 지났다.

 

오후 6, 오하이오 마지막 고속도로 플라자에 멈췄다. 트럭커 라운지에 샤워실이 있어 굳이 트럭스탑까지 안 가도 된다. 내일 오전 중에 배달할 수 있겠다. 모레 오후 배달 일정이지만 드랍 앤 훅이라 미리 배달해도 된다.

 

심바는 잘 지낸다. 어제 아내와 아이들이 뮤지컬 보느라 맨해튼에 다녀왔다. 정신없이 나가느라 불을 안 켜놓았다. 밤에 돌아오니 밥그릇이 그대로였단다. 심바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몇 시간을 혼자 있었을 것이다. 아직 어려 무서웠으려나? 먹고 자고 놀고가 심바의 일상이다. 털색깔이 짙고 눈동자도 검어 사진을 잘 안 받지만, 자세히 보면 귀엽고 착하게 생겼다.

 

 

 

0719 심바1.jpg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뉴스로를말한다 l 뉴스로 주인되기 l뉴스로회원약관  l광고문의 기사제보 : newsroh@gmail.com l발행인 : 洪性仁 l편집인 : 盧昌賢 l청소년보호책임자 : 閔丙玉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아50133(2010.08.31.) l창간일 : 2010.06.05. l한국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산두로 210 / 미국 : 6 Brookside Trail Monroe NY 10950 USA
뉴스로 세상의 창을 연다! 칼럼을 읽으면 뉴스가 보인다!
Copyright(c) 2010 www.newsroh.com All rights reserved.